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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.눈.같.이


첫눈이, 그것도 어둠 속에서 내리던 날을 그대는
기억하시는지요. 분진과 오욕의 땅에도 축복처럼
한올한올 내리는 눈송이에 꽃피던 마음...

이 알 수 없는 저편의 기억은 영겁의 세월,
태초의 그리움으로 오는가요,
아니면 내 속 뜰 마른 샘에도 물기가 고인 까닭일까요.
어느 해 정월 초하루, 눈길 월출산 도갑사 일주문의
주련 앞에서 길손은 숨이 멎었습니다.

逆天劫而不古 (역천겁이불고)
恒萬歲而長今 (항만세이장금)

“ 천겁이 지난데도 옛일 수가 없고,  만세가 흘러도 언제 나 오늘일세”
헤아려 보건대 지금 맞는 이 눈이 천년,  만년 전에도
내렸으려니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생각 한편 텅빈 암자에 홀로 머물며 듣는 처마의 풍경소리... 그 소리에 취해 있자니 어제와 오늘이 분별없고, 묵은해와 새해가 다만 마음속의 경계 같았지요.
그러나 그러나 여전히 오늘이 천겁의 그 날처럼, 새날이기를 소망합니다. 첫눈같이 오신 그대를 향해 숫눈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.

원장 현각스님